[2016 Business Cases]  세아상역 CSR

“빈국 아이티 혁신의 방아쇠 당겨” CSR의 교과서를 쓰는 세아상역 215호(2016년 12월 lssue 2) | 신현암, 장재웅

Article at a Glance

 매출 1조 원대의 국내 중견기업이 중남미에 위치한 최빈국 아이티의 교육과 의료를 바꾸고 있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이후 미국 정부의 아이티 재건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아상역은 아이티 북부 카라콜 공단에 봉제공장을 짓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공단 내에 세아학교를 짓고 지역 교육에 힘쓰고 있다. 또 매년 양산부산대 의과대학과 함께 아이티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세아의 CSR 활동이 아이티 전체의 변화를 이끌 방아쇠(trigger)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우종현(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10 112. 아이티에 규모 7.0의 강진이 몰아친다. 50만 명의 사상자와 18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다. 인구 1000만 명의 나라에서 이 정도의 숫자라면 재앙도 보통 재앙이 아니다. 30만여 채의 가옥이 파손됐고 대부분의 정부기관 기능이 마비됐으며 1300여 개의 교육시설 및 50개의 의료시설이 붕괴됐다.

 

아메리카 대륙의 최빈국인 아이티. 가뜩이나 가난한 이 나라에 지진이 몰아쳤으니 망연자실(茫然自失)이라는 단어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것이 없었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도움이 절실하다. 실제 아이티를 돕기 위해 많은 원조국과 NGO가 모여 아이티 재건을 위해 땀을 흘렸다. 그러나 워낙 피해가 컸던 탓에 회복세는 생각보다 더뎠다.

 

1990년대 말부터 중앙아메리카 지역에 진출해 있었던 세아상역도가까운 이웃을 돕는다는 심정으로 아이티 돕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대규모 자연재해 직후에는 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하기 마련이다. 세아상역은 위생키트 지원 활동을 시작으로, 아이티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 단순한 물품 지원을 뛰어넘는 실질적인 방법을 고민했다.

 

마침 미국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중남미는 지리적으로 멀지 않다. 불의의 대형 재해를 맞은 아이티에 미국 국민들은 기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미국 정부의 판단에 달려 있었다. 집도 필요하고, 빵도 필요하며, 쌀도 필요하고, 물도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것에 모든 돈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 사회공헌의 기본 원칙 중의 하나는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든가. 급하니까 먹을 음식, 마실 물도 필요하지만 일정 부분은 중장기적인 계획하에서 아이티라는 나라 자체를 재건시키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내부 의견을 모았다.

 

 

아이티 재건 위해 봉제 공장 지어

 

아이티는 크기가 28000㎢ 정도다. 한반도의 8분의 1 크기이며 경상도보다 작다. 지진 근원지는 수도인 포르토프랭스로부터 25㎞ 떨어진 곳이다. 남부지역에 위치한 수도가 큰 타격을 입었다. 상대적으로 아이티 북부지역은 건재했다. 지진 피해를 입지 않은 곳에 산업단지를 건설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대상 지역은 카라콜(caracol). 아이티의 북단에 위치한 조그마한 마을에 신도시를 건설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아이티에 맞는 산업은 무엇일까. 아마 우리나라의 1950∼1960년대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봉제업처럼 고용창출 효과가 크면서 참여하는 기업에게는 저임금이라는 메리트를 줄 수 있는 산업이 우선순위로 떠오른다. 미국 상무부는 데이터 리서치를 했다. 과연 어느 나라가 미국에 봉제수출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가.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에서 후보 기업들의 리스트가 작성됐다. 미국 정부가 기본 골격을 짜고 아이티 정부가 땅을 제공했다. (물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아이티에 돌려준다). IDB(미주개발은행)는 아이티 정부가 준 땅에 공장을 짓는다. 미국 정부는 발전소, 도로, 항만 등 인프라를 건설한다. 근로자들이 들어와서 생활할 주택을 건설하는 것도 미국 정부의 몫이다. 관건은 공장이었다. 이 신도시에 섬유봉제 노하우를 지닌 업체가 기계를 갖고 들어와 고용을 창출하고 운용한다면 아이티 국민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고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결론이었다.

 

그림은 그려졌다. 이제 업체를 선정해야 했다. 미국 정부는 공정성을 중시했다. 후보 리스트가 있다면 모두 만나보는 것이 관례였다. 세아상역도 여러 후보 중 하나였다. 세아상역은 공장 12개를 지어서 2만 명 정도를 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후보 업체 중 다른 한국의 기업(H기업)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우선협상 순위자는 문자 그대로 협상에 있어 우선순위가 있을 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호 의견이 안 맞으면 얼마든지 결렬될 수 있다. H 기업은 고민 끝에 당초 제안을 철회했다. 어느 틈엔가 세아에까지 순서가 찾아왔다. 2010 11월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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