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Business Cases]  영실업 또봇

상대가 강하면 피해가는 것도 전략 싸우지 않고 점령한 1위 고지 143호(2013년 12월 Issue 2) | 유재욱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문경(건국대 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또 나왔네. 또 사줘야 되네. 그래서 또봇인가?”

 

취학 전 어린 아들을 가진 모든 부모들의 비명이 대한민국에 울려 퍼지고 있다. 두세 살 때까지 뽀로로에 푹 빠져 있던 남녀 아이들은 3∼4세가 되면 각자 자신의 취향과 성별에 따라 새로운 캐릭터와 장난감을 찾아 나선다. 이 연령대 남자 아이들에게 현재 대세는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콘셉트의또봇이다. 심지어 또봇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자동차는 기아차의 실존 모델들이다. 애니메이션을 본 아이들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길거리를 나서도 아이들 눈에는 또봇이 사방을 굴러다니고 있는 셈이다. 그런 뒤에 마트에서또봇 장난감을 본 아이들이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다. 대형마트 완구 매대 근처에서 벌어지는뗑깡부모의 당황한 표정의 근원은 바로 이 또봇에 있다.

 

말 그대로대성공이다. 조금 성급한 감이 있지만 일부에서는 국내 완구업계 역사상 최고 성공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통의 국내 완구업체 영실업의또봇의 성공요인을 분석해봤다.

 

1. ‘또봇으로 국내 완구계의 숙원, ‘남아 완구시장 성공작을 만들어내기까지

 

1) ‘파워레인저가 아니라또봇’?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남자아이들이 열광하는 변신로봇 장난감은 오직파워레인저였다.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실사영화 콘텐츠와 다양한 로봇이 합체하며거대한 로봇으로 변신한다는 설정.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장난감을 통해 구현되는 과정은 취학 전 남자어린이들의로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파워레인저의 전 시리즈 완구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고 인터넷 판매업자들은 아예 가격을 올려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지난해, 완구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 1) 홈플러스 완구판매 순위에서 ‘3단합체 또봇트라이탄이 매출액 기준으로 1위에 오른 것이다. 1위는 또봇 시리즈, 2위는 파워레인저 시리즈, 다시 3위는 또봇, 4위는 파워레인저순으로 나타났다. 매출 10위 안에 무려 7개의 또봇 시리즈가 포함됐다. 명실상부한 남아 완구시장의투톱이자선도자로 자리매김했다. 놀라운 성장세는 올해에 더욱 두드러졌다. ( 2) 2013 1월부터 11월까지 매출 1위는 또봇C, 2위는 또봇W 쉴드온, 3위는 또봇R 등이었다. 1위부터 5위까지는 모두 또봇 시리즈이고 8·9위 역시 또봇 시리즈 제품들이다. 이 같은 또봇의대히트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이트에 나타난 또봇 제작·판매사 영실업의 매출성장세와 EBIT(세전 영업이익)의 상승세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림 1)

 

영실업 또봇의 이 같은 성공 배경에는 지난 15년간의 좌절과 노력이 그대로 배어 있다. 사실 영실업은 오랜 세월 전 세계 시장은 물론 한국에서도 남아 완구시장왕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파워레인저의 유통사였다. 현지화된 제품 구성과 광고를 기획했고 파워레인저 애니메이션의 영상배급에도 참여했다. 마케팅 파트너의 역할까지 맡았다. 10여 년간의 경험은모든 연령대와 성별을 커버하는 종합완구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영실업에완구회사란 어떠해야 하고 남아 완구시장1)의 특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도를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됐다. 파워레인저 시리즈를 만드는 일본 반다이사는 10여 년간 영실업에 유통과 마케팅, 현지화를 위탁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결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영실업 역시 이를 예측했다. 어느 정도 현지시장에 적응하고 나면 직접 배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반다이사의 오래된 전략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실업이 2000년대 초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자체 캐릭터와 브랜드, 완구시장에서는 반드시 완구 출시와 동반돼야 하는 애니메이션이나 특수촬영물2) 등의 제작을 준비했던 이유다. 1990년대 중후반 출시한 변신합체 로봇카신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음에도 영실업은 2000년대 초부터 다양한 로봇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에 참여해왔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왔다. 거듭된 실패를 겪었고, 애니메이션이나 특촬물을 만들어놓고도 전혀 반응을 얻지 못하거나 애초에 제작되지도 못하는 사태도 자주 겪었다. 당연히 완구는 제대로 판매해보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이때의 거듭된 실패는 이후에 큰 약이 됐다.

 

2) 제작위원회 방식에서수익모델 우선방식으로

 

반다이사와의 결별이 공식화되기 시작하던 시점인 2007년 말부터 영실업은 그간의 실패이유를 집중 분석했다. 그리고 답을 얻었다. 이전까지의 모든 취학 전 남아용 애니메이션이나 실사영화(특촬물)의 기획은 일본의제작위원회방식을 따르고 있었다. 제작비를 모으기가 쉽기 때문이었다. 방송국, 대형 자본, 투자자와 완구회사들을 중심으로 제작위원회가 구성되고 위원회에서 애니메이션이나 특촬물을 만들 제작사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미 1960년대부터 이 같은 방식의 성공모델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전 연령대에 완구시장이 만들어져 있는 일본에서는 이러한 제작위원회 모델이 효과적이었지만수요를 만들어내야 하는한국에서는 잘 통하지 않았다. 특히 완구회사, 애니메이션 제작사들 자체도 일본에 비해 매우 영세한 상황에서는 시장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타깃팅을 하기보다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무난한 콘셉트의 애니메이션 제작과 완구 출시만 이뤄질 수 있었다.3) 참여자가 많기 때문에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했다. 또한 일본과 달리 완구회사의 규모가 작고 파워가 약하다 보니 제작사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기에는 더더욱 힘든 상황이 계속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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